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습니다. 첫사랑을 생각하면 항상 설렙니다. 하지만 이뤄지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 애틋한 감정이 남아있습니다. 건축학개론은 20살 대학 신입생들을 통해 보는 젊은 시절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건축학개론이라 쓰고 첫사랑 영화라고 읽는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이야기 발단은 건축학개론 수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연은 음악학과 학생이지만 자신의 동아리 선배인 재욱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건축학개론 수업을 수강합니다. 승민은 건축학과 학생이니 당연히 건축학개론 수업을 수강하고 있습니다. 수업 내용 중에 자신의 집에서 학교까지 오는 길을 지도에 표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승민과 서연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 표시하는 길도 같습니다. 승민은 과제를 하기 위해 동네를 둘러봅니다. 그리고 우연히 서연과 마주칩니다. 서연은 같은 수업을 듣는 승민을 알아봅니다. 그녀는 자신이 동네를 잘 모르니 승민에게 과제를 같이 하자고 제안합니다. 승민과 서연은 과제를 같이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갑니다. 그들은 하나의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음악이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입니다. 승민과 서연이 듣는 전람회의 CD는 그 둘의 마음이 오고 가는 상징물 역할을 합니다. 또 다른 과제를 하기 위해 야외로 나온 승민과 서연. 서연은 그날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승민과 서연 둘이서만 서연의 생일파티를 하고 서로의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중 승민은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서연에게 입맞춤을 합니다. 승민은 서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복합니다. 건축학개론 수업의 종강 날 승민은 서연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서연이 그려주었던 그녀가 미래에 살고 싶은 집을 모형으로 만들어줄 계획입니다. 승민은 서연의 집 앞에서 하루종일 그녀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서연은 술에 취한 상태로 방송반 선배 재욱의 부축을 받으며 귀가합니다. 그 모습을 본 승민은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습니다. 다음 날 서연 자신의 집 앞에 승민이 버리고 간 집 모형을 발견합니다. 승민은 자신을 찾아온 그녀에게 찾아오지 말라고 합니다. 그렇게 승민의 첫사랑은 끝이 났습니다. 한편, 서연은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약속 장소에서 승민을 기다리지만 승민은 오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전람회 CD를 놓아두고 갑니다.
첫사랑은 이뤄지기 어렵다.
영화 내에서 건축학개론 수업의 교수님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 건축학개론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남녀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에 대하여 관심이 생겼다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첫사랑 상대는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전에 나타납니다. 첫사랑인 이성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 이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첫사랑은 추억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1990년 이전 한국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성의 학생과 같이 수업을 듣게 됩니다. 그만큼 그들은 이성을 만날 기회도 서로를 이해할 기회도 적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서로 같은 상황에 처했지만 다르게 대처한다는 것을 이해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나이가 들어 연륜이 쌓이거나 다수의 연애를 통해 경험적으로 터득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시절 첫사랑은 서로에 대해 오해에서 깨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승민은 서연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서연이 미래에 살고 싶다는 집모형을 밤새워 만듭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서연의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서연은 건축학개론 수업의 종강파티에서 승민을 찾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녀에게 연락하라고 승민에게 삐삐 하지만 승민은 사랑고백을 연습하느라고 확인하지 못합니다. 서연은 종강파티에서 술에 취하고 방송부 선배인 재욱이 서연을 그녀의 집까지 데려다줍니다. 승민은 서연과 재욱이 함께 서연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돌아섭니다. 승민은 이날의 사건이 오해인 줄도 모르고 자신을 찾아온 서연에게 꺼져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승민은 서연에게 받았던 전람회 CD도 돌려줍니다. 15년이 지나 승민과 서연은 서로가 첫사랑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은 흘렀고 서로의 상황은 변했습니다. 그들은 서로가 첫사랑인 걸 알았지만 다시 사랑할 수는 없는 처지입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과 등장하는 배우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96년입니다. 이용주 감독은 당시의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패션이나 소품을 고증하기 위해 애썼다고 합니다. 사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을 때 시간적 배경이 어색하진 않았습니다. 그만큼 영화 속 첫사랑 이야기에 빠져 있어서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시 보니 눈에 띄는 몇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주인공인 서연의 옷차림이 너무 올드합니다. 1990년대 중반이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유행하고 X세대가 주를 이루던 시기입니다. 이들은 영화의 서연처럼 하늘거리는 치마나 꽃무늬 셔츠를 입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짧은 치마나 몸에 달라붙는 옷을 주로 입거나 아예 남성스러운 옷을 입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승민이 선배 재욱에게 물어볼 때 서클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사실 서클이라는 단어는 1990년대 중반 대학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동아리라고 했습니다. 좀 올드한 패션이나 단어가 등장해서 이용주 감독의 인터뷰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이용주 감독이 견축학개론의 시나리오를 처음 쓴 것은 2003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배경은 1990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2012년에 개봉하게 되다 보니 영화의 배경을 1996년으로 바꾼 것입니다. 1990년을 배경으로 유지했다면 주인공들은 영화 개봉 당시 40대가 되어 버립니다. 감독은 40대가 첫사랑을 추억하기에 너무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그리고 건축학개론에는 조정석과 유연석이 등장합니다. 조정석은 당시 뮤지컬을 주로 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 일명 납득이 역할로 주목을 받습니다. 영화 중간 독서실 옆 계단에서 재수생인 납득이 가 승민에게 연애코치를 하는 장면은 정말 생동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연의 방송반 선배이자 승민의 건축학과 선배인 재욱 역할로 유연석이 나옵니다. 유연석은 재욱 역할로 크게 조명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 유연석은 다양한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자신의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조정석과 유연석은 최근 같은 드라마에 출연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주연 배우로 성장한 이들이 조연으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건축학개론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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