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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천만 관객이 본 한국형 좀비영화

by 바다숲속 202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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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은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이 선택한 좀비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재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빠르게 퍼지는 좀비 바이러스를 뚫고 부산까지 갈 수 있을지, 폐쇄된 기차 안에서 좀비를 피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주인공들이-멈춘-기차-옆을-달려가는-부산행-포스터
부산행 포스터

 

살아남기 위해 부산까지 달려라.

석우는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입니다. 석우의 딸 수안은 생일 선물로 부산에 있는 그녀의 엄마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석우와 수안은 부산으로 향하는 KTX에 몸을 싣습니다. 석우가 탄 부산행 KTX가 출발하기 직전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성이 기차에 올라탑니다. 이 여성은 기차 안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승무원이 그녀의 상태를 살펴봅니다. 발작을 일으켰던 여성은 좀비가 되어 승무원을 물어버립니다. 순식간에 기차 객실 안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승객들은 좀비를 피해 다른 객실로 이동합니다. 쫓아오던 좀비가 객실 문을 여는 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승객들은 잠시나마 안도합니다. 기장은 기차를 대전역에 멈춰 승객을 대피시키기로 합니다. 하지만 대전역도 이미 좀비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승객들은 다시 기차에 오릅니다. 하지만 좀비를 피하느라 서로 다른 객실에 탑승하게 됩니다. 석우, 상화, 영국은 좀비가 차지한 객실을 뚫고 가족과 친구들을 구하러 갑니다. 그들은 좀비 바이러스가 아직 퍼지지 않은 부산까지 가기 위해 좀비들과 사투를 벌입니다. 상화는 임신한 아내를 구하기 위해 맨 몸으로 좀비와 싸웁니다. 그는 좀비를 막기 위해 객실 문을 잡고 있다가 좀비에게 손가락을 물립니다. 영국은 좀비에게 물린 친구를 안고 있다가 자신도 그 친구에게 물려 좀비가 됩니다. 석우는 좀비가 된 용석과 몸싸움을 벌이다 그에게 물립니다. 그는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립니다. 기차는 수안과 성경만 태운채 부산 외곽까지 도착합니다. 더 이상 기차로 갈 수 없어 수안과 성경은 기찻길을 걸어갑니다. 군인들은 멀리서 다가오는 이들이 좀비인지 구별할 수 없어 사살하려고 합니다. 그 순간 수안이 불안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노래를 부릅니다. 군인들은 노랫소리를 듣고 이들을 구하러 가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재난 앞에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부산행은 기차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좀비를 상대로 살아남기 위한 승객의 사투를 다룬 영화입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공포스러운 상황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사회적 약자는 선하고 기득권은 이기적 욕심이 가득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대부분 영화들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우선 석우는 자신과 딸을 지키기 위해 본인만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겐 숨깁니다. 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이용해 이득을 보지는 못합니다. 석우는 자신이 살려주었던 바이오기업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기차 안에 갇힌 상태에서 어머니의 마지막 전화를 받습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정신적으로 무너질 듯도 한데 석우는 딸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상화는 임신한 자신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 좀비들과 맨 주먹으로 때려눕힙니다. 하지만 그는 밀려드는 좀비를 막기 위해 기차 객실 문을 잡고 있다가 좀비에게 물립니다. 상화는 그의 활약에 비해 다소 허망하게 좀비가 됩니다. 이 영화는 용석을 가장 이기적인 인간으로 묘사합니다. 용석은 고속버스 회사의 상무입니다. 기차 안이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 용석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빠져나갈 궁리만 합니다. 하지만 재난상황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자신의 지위도 소용없게 되자 용석은 살아남기 위해 다른 승객을 희생시킵니다. 그리고 용석은 자신을 구해준 기장까지 희생시키고 혼자만 도망갑니다. 결국 용석도 좀비에게 물립니다. 이때 석우와 마주친 용석은 제발 살려달라며 애원합니다. 영국은 야구부 부원들과 부산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부원들이 모두 좀비가 되고 자신만 살았다는 죄책감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살아남은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야구방망이를 들고 좀비들과 맞섭니다. 좀비가 된 친구들을 공격하지 못해 위험에 처하기도 합니다. 이름도 나오지 않는 노숙자는 남루한 행색 때문에 승객들의 경계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그는 위기 상황에서 타인을 구해내고 자신을 희생합니다. 상화의 아내 성경이나 석우의 딸 수안은 재난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위기를 자초하는 여성 캐릭터는 아닙니다. 그녀들은 결국 살아남게 되지만 영화 내에서 눈에 띄는 역할 없습니다.

 

경험의 차이

한국 영화는 억지로 눈물 나게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보통 '신파'라고 표현합니다. 부산행도 곳곳에 신파적 요소가 등장합니다. 좀비가 된 자신의 언니가 살아온 삶이 불쌍해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승객까지 희생시키는 할머니, 임신한 아내를 구하고 자신은 좀비가 되기 직전 태아의 이름을 지어주는 남편, 자신이 좀비가 될 처기가 되자 딸을 살리기 위해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아버지 등이 그런 요소입니다. 한국 관객들은 이런 요소를 이 영화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지적합니다. 하지만 해외 관객들은 이런 부분을 그다지 비판적으로 보지 않는 듯합니다. 오히려 그들 중에는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관객들은 한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신파에 지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식 신파를 많이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외국인들은 오히려 좀비 장르 영화에서 가족 간의 희생을 다루니 신선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경험의 차이가 만들어낸 평가의 차이입니다. 자신이 어떤 경험을 하며 살아왔는가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관점의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제 관점에서 부산행은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좀비 장르 영화를 한국식 정서에 맞게 잘 풀어낸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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