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은 잭과 로즈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로맨스 영화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은 '타이타닉'을 재난 영화의 관점에서 살펴볼 것입니다. 세상의 축소판 같았던 배 안에서 있었던 또 다른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봅시다.
세상의 축소판
영국의 사우샘프턴을 출발하여 미국의 뉴욕으로 향하는 타이타닉호는 1912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선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타이타닉호를 타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로즈(케이트 윈슬렛)는 자신의 약혼자인 칼(빌리 제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차에서 내립니다. 로즈는 타이타닉호의 웅장함을 보고도 태연한 척 그렇게 큰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칼은 신도 침몰 시킬 수 없는 배라며 자신이 배의 주인인양 으스대며 말합니다. 한편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도박에서 이겨 타이타닉호의 3등실 표를 구하고 가까스로 배에 오릅니다. 타이타닉호는 그렇게 2천 명이 넘는 사람을 태우고 뉴욕으로 출발합니다. 타이타닉호는 1등실부터 3등실까지의 수많은 객실과 함께 수영장 및 연회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타이타닉호의 공간은 마치 세상의 축소판 같습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승객은 1등실에 머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즐길 수 있습니다. 1등실 승객은 자신이 탈 승용차를 배에 싣기도 하고 뉴욕에 도착할 때까지 즐기기 위해 객실에 그림을 전시하기도 합니다. 반면 가진 것이 없는 승객은 배의 바닥에 있는 3등실에 머물며 배가 뉴욕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물론 3등실 승객들도 그들만의 문화를 즐기고 삶의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1등실 승객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로즈는 몰락한 집안을 위해 칼과 결혼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대서양에 뛰어들려고 합니다. 잭은 갑판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다가 로즈를 발견하고 그녀를 설득해 구해냅니다. 로즈는 잭을 저녁 식사에 초대합니다. 로즈의 어머니는 저녁 식사에 참석한 3등실 승객 잭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녀는 잭을 무시하는 질문을 계속하지만 잭은 이에 굴하지 않고 여유롭게 대처합니다. 식사 자리를 빠져나온 잭과 로즈는 3등실로 가서 춤과 노래를 즐깁니다. 그리고 둘은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하게 됩니다.
인간의 오만함과 멈출 수 없는 시스템
사우샘프턴 항구에는 타이타닉호의 출발 준비가 한창입니다. 칼은 약혼녀 로즈와 타이타닉호를 타기 위해 차에서 내립니다. 칼은 로즈에게 타이타닉호는 신도 침몰시킬 수 없는 배라고 말합니다. 과학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던 시기 인간은 과학기술로 자연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은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타이타닉호에 대한 칼의 인식은 이러한 인간의 오만함을 보여줍니다. 타이타닉호는 큰 규모만큼 2천2백 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을 태우고 출항합니다. 그런데 배에 준비된 구명정의 정원은 1천 명이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만약 대서양 한가운데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승객의 절반 정도가 구명정을 이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타이타닉호에 집약된 과학기술에 도취되어 안전에 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타이타닉호는 침몰을 방지하는 방수 격벽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수 격벽은 상부가 열려 있는 구조였고 침몰 당시에는 바닷물이 격벽을 타고 넘었습니다. 타이타닉호의 선장과 항해사는 빙하를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원들은 망원경도 없이 육안으로 바다를 관찰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인간의 오만함은 1,500여 명의 사망자를 만들었습니다. 인간은 자연과는 다른 사회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인간의 사회는 시스템을 이루고 유기적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한번 움직이면 방향을 바꿀 수는 있을지언정 멈출 수 없습니다. 타이타닉호는 이러한 시스템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타이타닉호의 선원들은 빙하를 발견하고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방향을 바꾸지만 그 자리에서 배를 멈춰 세울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 시스템은 상처를 입거나 무너져야 멈출 수 있습니다.
사명을 다하는 사람들
선원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을 탈출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선원들은 여성과 아이를 비롯한 약자를 위주로 구조합니다. 하지만 구조 순서에도 신분이 있습니다. 배의 바닥에 머물던 3등실 승객들은 갑판으로 빠져나가지도 못한 채 객실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타이타닉호의 선장은 항해사로부터 배가 빙하와 부딪힌 사실을 보고 받습니다. 선장은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승객과 선원의 탈출을 지시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배에 남아 타이타닉호와 운명을 함께 합니다. 타이타닉호를 설계했던 앤드류(빅터 가버)는 배가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묻는 로즈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주며 서둘러 구명정을 타고 탈출하라고 조언합니다. 승객들은 타이타닉호에 바닷물이 본격적으로 차오르자 먼저 구명정에 오르기 위해 다투기 시작합니다. 항해사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가 실수로 발사하고 맙니다. 그는 죄책감에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타이타닉호에는 악단도 있었습니다. 단원들은 승객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기 위해 갑판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합니다. 단원들은 배가 많이 기울자 서로 생애 가장 훌륭한 연주였다고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하지만 단원들은 구명정을 타지 않습니다. 단원들은 끝까지 남아 음악으로 승객들의 마음을 위로합니다. 1등실의 노부부는 구명정이 부족한 사실을 알고 객실 침대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만 살기 위해 행동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기억되고 추앙받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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